자작시

라일락 카센터

톰소여와허크 2010. 8. 29. 13:28

 

낭송-김정수님.asf

라일락 카센터/ 이동훈

십 년 묵은 중고차
기름밥 먹고도 헉헉거려
라일락 나무가 있는 동네 카센터로 갔다.
새 차 살까요, 집은 나중에 사고.
아내는 어려운 걸 쉽게 말한다.
그래서 좋다.
볼일 보고 돌아온 길
그새 라일락 향이 얼마나 들었던지
차 엉덩짝에서도 들썩들썩
늙은 수리공의 몸놀림에서도 폴폴 터진다.
엔간히 되었는지
뚜껑 닫는 소리가 쨍한데 뜬금없이
엔진 소리가 코 고는 소리 같잖냐고 물어오는데
왜 지난밤 곯아떨어진 아내 생각이 났을까.
주저대는 게 딱했는지
이만하면 굴러가는 걱정 놓아도 된다며
빙긋 웃는 수리공 뒤로
바람 따라 빗질하는 라일락이
뭐가 우스운지 허리를 꺾는 통에
아껴둔 봄날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낭송-김정수님.a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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