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0:51

글 작성 시각 : 2002.10.22 22:32:56

유용주,<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솔,2002.

'늘 걸어도 두렵고 떨리는 삶이라는 고행 앞에 다시 추운 겨울이 서 있다. 이 정도 아픔은 견뎌야지, 아픔이 없으면 견디는 힘도 사라진다'는 서문에서 순순하지 않은 그의 이력을 짐작하게 한다. 엉망진창인 삶이었다로 시작되는 내용을 뒤따라가면 정말로 이판사판 막가는 인생이다.
배달원에서 이런저런 식당, 공장, 노동판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함부로 유기해버린 절망의 날이 작가에게 있었다. 그만 살겠다고 생떼를 썼다. 이런 그를 구한 것은 문학이었다. 삶이 곧 문학이라면 별나게 많이 아팠던 삶이었기에 그 삶이 가슴 찌릿한 문학으로 전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이만하게 살게 된 것도 누님 덕이란다. '일하는 것과 참는 것이 삶 자체였던 누님'에 관한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 읽는이를 짠하게 한다. 누님처럼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작가는 확신한다.
'삶의 주름진 고랑을 갈아엎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눈물이, 상처가, 고통이 얼마나 소중한 씨앗인지. 파종한 만큼만 수확을 바라는 정직한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는 누님 같은 사람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작가는 입심이 좋다. 삶이 그렇게 만들었고, 술과 술친구들과의 어울림이 그렇게 만들었다. 일하지 않고 마시는 술이야 독이지만, 시 쓰고 소설 쓰고(혹은 쓰기 위해서) 마시는 술은 분명 보약일 게다. 아, 한 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