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야생초 편지
글 작성 시각 : 2003.01.09 11:21:46
황대권, <야생초 편지>, 도서출판 도솔, 2002.
서른부터 마흔 네 살까지의 시기를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서 보냈던 젊은이가 이 책의 저자이다. 처음 몇 년간 저자는 부조리한 세상과 폭력 앞에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을 끙끙 앓았지만 차츰차츰 세상을 용서하고 새로운 일상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새로운 일상 혹은 새로운 발견이 '야생초 가꾸기'이고, 그 경험을 바깥에 있는 동생에게 편지와 그림으로 보낸 것이 이 책으로 묶이어 나왔다.
감옥 모퉁이의 '내 작은 야생초밭'이 시난고난하는 몸과 마음을 달래고 고친 옥중동지임을 저자는 고백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해주면서.
한편 이 책의 독자들은 야생초 가꾸기를 통해 얻은 저자의 삶의 지혜(자세)가 행간 속에 녹아있음을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풀이든 나무든 인간과 더불어 사는 데 있어 서로에게 불편을 줄 정도로 비대해지거나 균형을 잃을 때 외에는 인공적으로 손대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특정 야채만을 배타적으로 키우는 농법에 반대하면서 저자가 한 말인데, 저자의 생각은 모든 풀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덮고 애초에 잡초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무지와 현재의 이용가치의 정도에 따라서 판가름나는 것일 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온실의 귀족풀이나 야생의 잡초나 우열의 차이가 없는데, 하나의 이점만을 택하여 잡초를 제거한다면 그건 온당하지 않을뿐더러 지극히 폭력적인 행위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한 줄 세우기로 얼마나 많은 잡초를 만들고, 그들을 내팽개치고 있는가.
며느리 밑씻개, 참외꽃, 달개비, 제비꽃, 닭의덩굴, 여뀌, 방가지똥, 쇠비름, 명아주, 왕고들빼기….
이 책에 소개된 야생초들이다. 이 중에 하나 정도는 우유곽이나 바가지에 담아 키울 작정이다. 그러고보니 우린 풀이름을 너무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우린 꽤나 닮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