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1:34

글 작성 시각 : 2003.12.28 00:05:19

진동선,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푸른세상, 2003.

아름다움을 -정확히는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을- 간직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음직하다. 사진은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도구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찍고 싶은 대상을 마음껏 찍고, 찍힌 모양을 바로 보는 작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나같은 사람도 찍사 노릇을 하며, 스스로 만족해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아쉬워한다는 것은 사진의 구도나 분위기가 아니라, 카메라의 성능이나 인화되어 나온 사진의 화질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욕심내는 것은 지금의 것을 좀 더 비싼 카메라로 바꾸고 싶다는 정도이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는 좋은 카메라에 대한 단순한 욕심에서 벗어나 좋은 사진에 대한 이해나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산 책인데, 예상대로 영화보다는 재미없었다. 다만, '더 나은 사진'을 위한 여러 사진 작가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삶에서의 부침이 심심하게 살아가는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한때 많은 작가는 그림을 닮은 사진을 만들려 했었고, 또 어느 때는 결정적 순간을 남기는 것을 작가의 최고 목표로 보았다. 요즘은 워낙 제각각이다. 자연스러운 것과 인위적인 것, 전통적인 것과 실험적인 것, 인간주의적인 것과 자본주의적인 것 사이에 오늘도 누군가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한다. 그게 풍경이든 인물이든 현실이든 간에 사진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 전 보았던 먼 풍경으로 있는 미루나무가 그리운 겨울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