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3:40

글 작성 시각 : 2004.10.01 21:57:24

영화 속 그는 트럼펫 연주자로서 정상의 실력을 갖추었지만 유명 교향악단 연주자가 되는 길은 점점 멀어져갔다. 돈을 위해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오기로 사설학원의 강사나 밤무대의 악사가 되는 것을 단연코 거부했지만, 현실은 그를 더욱 세상의 끝으로 몰아가는 기분이다. 결국, 음악에 대한 열정이 돈이나 밥이 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그는 좌절한다. 여자 친구가 이별을 말할 때도,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여자를 잡지 못한다.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시골 학교의 관현악부 지도교사가 된다. 일회용 커피와 구질한 날씨와 김치 없는 라면이 생활의 비애를 한층 깊게 한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열정을 받쳐주지 못하는 환경을 접하면서 조금씩 아이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어려운 제자를 돕기 위해서 스스로 금기시하던 밤무대에 기꺼이 서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열정도 되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계적 무대에 우뚝 서는 모습이 아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껏 해보는 것이었다. 음악 대회에 나가 아이들이 만들어준 지휘봉을 휘젓는 그는 그토록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마음껏 연출했다.
계약직 교사가 끝난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그는 여자에게 전화를 한다. 다시 꽃피는 봄날이다.
그가 처음에 꿈꾸던 것은 화려한 연주자의 길이었을 것이다. 고상한 장소에서 교양 있는 관객에게 수준 있는 음악을 연주해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고상한 것은 천한 것과 어울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아주 늦지는 않게) 겉포장만 화려한 음악보다는 한 사람의 연인을 위한 연주가, 밥벌이로 하는 연주가 더 절실하고 소중한 것임을 깨쳤다. 그가 처음에 불행했던 것은 진작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고통받고 있는 것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제 속이 빤히 보여서 차마 쳐다보기 곤란한 일도 있을 성싶다. 자기에게 진실해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