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너는 내 운명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3:56
병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적인 것이며, 그 병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 두려움은 공격적인 집단 행동으로 나타난다. 전염병에 걸린 마을을 모두 불태웠다든지 문둥병 환자에게 돌팔매질을 서슴지 않았던 일도 따지고 보면 두려움이 이성을 지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다방 레지는 자기를 끔찍이 위해주는 시골 농총각과 살림을 차린다. 과거의 남자가 그들의 행복한 신혼을 방해하지만, 보다 결정적으로 파국에 이르는 길은 남자가 여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남자의 위축된 태도는 여자를 떠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못하던 술을 마시며 자학의 날을 보내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가족의 만류와 주위의 냉대 속에서 남자는 자기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한다. 그 대가로 어머니와 등지게 되고 친구와 멀어지게 되었다.
에이즈는 그녀의 재수 없고 지긋지긋한 운명을 암시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운명이 되어 자신의 외로운 삶을 약간이나마 보상받는다. 아직 우리 사회는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을 받아들이는 광장이 되지 못한다. 병이 그 사람의 부도덕을 뜻하는 게 아니라면, 그 병으로써 한 사람의 전 인격을 깎아내리는 폭언만은 삼가야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사는 동안, 정말 깊은 병이 있다면 그건 사랑하지 못하는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