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왕의 남자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3:59
‘왕의 남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영화이다. 줄로 시작해서 줄로 끝날 때 즈음 한바탕 잘 놀았다는 기분과 함께 놀고 난 뒤끝이 조금 무거운 느낌을 갖게 된다. 광대들의 곡예가 아슬하듯이 그들의 운명도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줄타기와 재담을 썩 잘하는 광대 장생(감우성 역) 과 여자 이상으로 여자 같은 광대 공길(이준기 역)은 왕(연산군-정진영 역) 앞에서 공연을 치른다.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당패는 본의 아니게 왕을 위해 정적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회의를 느낀 장생은 궁을 떠나려 했으나, 왕에게 연민을 느낀 공길은 갈등에 빠진다. 결국 공길은 왕을 위한 광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천출임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얻는다.
공길에 대한 왕과 장생의 사랑은 동성애적인 면이 다분히 있다. 하지만 마지막 외줄타기에서 장생과 공생은 다음 세상에도 광대로 살고 싶다는 예술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둘의 관계도 서로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아껴주는 동반자적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예술이 권력과 만나며 쉽게 타락한다. 풍자와 비판의 칼날이 어느 한 쪽의 권력을 편들어주는 데 쓰인다면 그 칼날은 머지않아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다. 두 광대는 권력에 희생될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줄타기와 재담을 펼친다. ‘권력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웅변이라도 하듯이 둘은 하늘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