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4:19

차윤정,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중앙M&B, 2000.

식물에게도 사생활이 있다고 한다. 남의 사생활이 다 그렇듯이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미덕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은 욕망을 탓할 수도 없다. 게다가 ‘사생활 들여다보기’는 타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생활의 일면은 이렇다.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러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가 주인의 손길에 일찍 꽃피우는 것은 좋아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빨리 꽃피우고 죽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손길이 고우냐 미우냐에 따라 식물의 선택이 달라질만도 하다. 내 주변머리로서는 그렇다.
식물이 바흐의 음악을 좋아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얘기도 긴가민가하다. 식물의 기호도 다를 것이고, 내가 식물이라면 같은 음악을 계속 듣는 것이 고역이기 때문이다. 사생활을 잘못 들여다보면 괜한 오해도 살 것이다. 물론 값진 오해도 있을 것이다. 정말 궁금한 것은 조용할 때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식물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귀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