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사람 풍경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5:32
김형경, 사람 풍경, (주)위즈덤하우스, 2006.
심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학교를 쉬어야 했던 학생이 생각난다. 자퇴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어머니는 아이를 너무 착하게만 키운 게 아닌지 후회가 된다는 말을 남겼다. 순수한 청년을 곱게 안아주기엔 세상이 너무 험하고 거칠다. 그래서 적당히 못되고, 자기 욕심을 부릴 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이기적인 모습을 감추지 않는 게 사는 데 유리하며 어쩌면 그게 착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니었나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읽힌다.
작가는 동네 누비듯이 세계 여행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얻는 것은 낯선 곳의 풍경보다는 내면의 마음 치료에 가까워 보인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 풍경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고 자신의 상처를 내어 보이며 또 끌어안는다.
작가가 말하는 불안과 공포는 유아기 때 이미 형성되었으며, 특히 억압된 분노가 공포심을 키운다고 한다.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에 눌러 분노를 인정하지 않고 해소하지 못한다면 공포는 그 사람을 계속 따라올 거라는 작가의 생각은 앞서 말한 어머니의 말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에 의해 풍경의 인상이 달라지듯이 사람 풍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풍경을 그린다면, 착하고 솔직하고 강한 남자를 그려내고 싶을 텐데, 어느 하나도 확실치 않은 게 지금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