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워낭 소리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8:50
독립영화로 드물게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워낭 소리’를 오늘에야 만났다.
마흔이 된 소(평균 수명이 이십 정도라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백 살은 거뜬히 넘었을 것임)와 팔순이 된 노부부 이야기이다. 소는 멍에를 지고 논밭을 삼십 여 년 갈아왔으며, 다리 한쪽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자동차 노릇도 평생 해왔다. 대신 할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위해 밭에 농약을 치지 않는다. 자식 끼니 챙겨주는 이상으로 소에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통해서 서로 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서로 의지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할머니는 소나 사람이나 늙어서도 일에 매여 사는 듯한 인생이 고달파 잔소리를 내내 하시는 귀여운 투정꾼이면서 일은 더 열심히 하신다.(할머니는 웬만한 희극배우보다 사람을 더 잘 웃기신다)
끝내 소가 먼저 세상을 버리자 노부부는 밭 한 가운데 소 무덤을 만들어 주신다. 평생을 노동하면서 생긴 딱지와 주름을 보면서 그 안에 더할 수 없이 웅숭깊은 정을 나누어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 소의 영상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특히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소가 끄는 수레를 비스듬히 누워 타고 돌아오던 귀갓길의 풍경을 보면 세상의 어떤 풍요로움도 이보다 더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