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원미동 사람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8:56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살림

내 주민등록증 첫주소는 부천시 원미구로 나온다. 97년, 첫 발령지인 학교 인근에 두어 평 남짓의 자취방을 얻어 살았다. 양귀자 소설, ‘지하생활자’에 나오는 방과 다른 점은 단지 일층이었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주인 내외의 조그만 기침 소리도 다 들리는 불편함을 견디며 이년 여를 지냈다. 소설 속 인물은 직장도 지하인데다 고용도 불안한 처지이니 내 경우는 훨씬 견디기 나았는지 모른다. 그때 ‘원미동 사람들’을 읽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실수 중의 하나로 적어야겠다. 그때 읽었다면 적잖은 위로가 될 게 분명했을 것이므로.
‘원미동 사람들’은 내가 있을 때보다 시계를 10년 더 뒤로 돌려야 한다. 소설은 서울에서 끝내 버티지 못하고 이삿짐을 꾸린 채 여건이 좋지 않은 원미동으로 실려 온 어떤 가족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뒤에 소개되는 싱싱청과물 사내나, 찻집 여자도 악착 같이 살아보기 위해서 원미동을 선택했으나 그마저도 녹록한 일이 아님을 작가는 기록하고 있다.
등장인물 중 김반장은 생업에 열심이고, 비겁한 것도 제대로 열심이다. 그 캐릭터가 너무 익숙한 것은 우리 안에 비겁한 김반장이 들어 있기 때문인 듯도 하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간다는 임씨는 개인적으로 가장 이웃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다.
이 소설은 소외된 빈곤층을 그리되 그들에 대한 부당한 작취나 사회구조적 모순을 열거하지는 않는다. 단지,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바탕에 둔 채, 좋은 이웃은 뭐고, 좋은 관계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게 해준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