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생각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9:03
이어령, 생각, 생각의 나무.
저자는 생각이 종처럼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고전과 동서양을 두루 넘나드는 저자의 지식과 거기에 창조적인 생각을 곁들이는 이야기를 듣자면 에밀레급의 은은한 종소리가 저자의 글에서 나오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서양 문화의 가방과 우리 전통의 보자기를 비교하면서 보자기를 다기능적이고 다매체적인 멀티 시대에 적합한 최첨단 도구임을 주장하는 부분은 상쾌하기까지 하다. 가방이 넣기만 하는 도구인데 반해서 보자기는 싸기도 하고, 덮기도 하고, 깔기도 하고, 묶기도 하고, 두르기도 하는 도구가 아닌가. 쓸모를 다하면 가방과 다르게 일정한 부피를 차지하지도 않는다고 칭찬이 대단한데 실제로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주장이기도 하다.
절이고, 버무리고, 삭히는 김치의 발효 과정을 시간과 공을 들여 인간이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에 연결한다든지 김칫독에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온 우주의 참여를 말하는 대목도 새롭기만 하다.
쥐가 미키마우스로, 피카추로, 컴퓨터 마우스로 진화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왔듯이 지금의 세계는 창조적 상상력, 그 자체가 힘이고 권력인 시대라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한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상상력보다는 이미 가진 것을 내놓고, 내놓은 것을 공유하면서 또다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상상력은 없는가 하고…….(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