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책만 읽는 바보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22:08
안소영, 책만 읽는 바보, 보림
조선 후기 실학자로 알려진 이덕무에 관한 이야기이다. 독서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독서를 통해 얻은 지혜를 나라와 이웃을 위해 펴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서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한숨이 나왔을 법하다. 양반도 아니고 생활인도 아니 어정쩡한 신분의 굴레 속에서도 책 읽기만은 멈출 수 없었다. 책 읽기가 밥이 되지는 못해도, 숨을 틔워주는 공기 역할은 했으리라.
같은 처지에 있는 박제가, 유득공 등과 만나고, 이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박지원, 홍대용 등과 통하여 백탑 아래 모임을 가지면서 이들은 서로를 키우고 존경했을 것이다. 읽은 책을 토론하고, 토론한 것을 고민하고, 고민한 것을 현실에 유익하게 쓸 수 없을까를 시험하는 모습이 사뭇 아름답게 와 닿는다. 때마침 탕평의 기치를 걸고 서자들에게도 벼슬길을 열어주는 군주를 만나 이들은 자신의 저작을 남길 수 있었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삶을 열어주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더우면 부채 들고 추우면 이불 반쯤 덮어 쓰고 책만 읽는 바보로 살다가, 책 한 권 남겨서 그간의 빚을 얼마쯤 갚고 가는 인생! 그것 참, 괜찮지 않나?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