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나는 오직 글 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22:12
원재훈,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주)위즈덤하우스, 2009.
- 원재훈 작가가 이 시대의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작품의 뿌리라 할 만한 생각의 바탕이라든지 고통의 색깔이라든지 하는 것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밝힌 글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난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영향을 받는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고민을 슬며시 내비치기도 한다.
이 글의 재미는 무엇보다 여태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 주변의 이야기이다. 은희경은 한때 따돌림 당했던 기억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야반도주했던 쓰린 상처가 있었다. 신경숙과 이순원은 각각 다른 이유에서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을 필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윤후명은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했던 알콜 중독 증세를 부인의 도움으로 정신병동에 감금되면서 많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정호승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일수쟁이에게 시달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좀처럼 잊지 못한다. 문태준은 군 시절, 고참의 눈을 피해 시집을 분해하여 몸에 지닌 채 몰래 꺼내 읽었다고 한다.
이 시대의 작가들을 한 줄로 꿰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그 나름의 고통’이라는 말이 가장 근사치에 가까울 것 같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견디는 힘이 글쓰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