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22:21

손철주,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의 나무

  고흐와 최북은 둘 다 미치광이 화가로 알려져 있다. 고갱과의 만남 이후 자존심이 상한 고흐는 자기 귀를 스스로 잘랐으며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최북 역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기 눈의 한 쪽을 스스로 찔렀고 나중에는 길거리에서 동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흐는 두고두고 후대에 오르내리는 전설이 되고 최북은 그렇지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 글의 첫 장은 시작된다.
  인용된 삽화, 최북의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이 마음에 쏙 든다. 나무가 바람에 휘청대는 중에도 등 굽은 어른과 뒤따라오는 꼬마의 옷은 흐트러지지 않고 다소곳하다. 찬바람이 이들을 피해갔으면 하는 최북의 바람이 있었을까.
  이 책은 몇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호베마의 <미텔하르니스의 마을 길>을 흐리게 해서 각 장의 배경 그림으로 사용하고 있다. 언젠가 이 그림을 보고 좋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우듬지께만 더북한, 앙상하게 키 큰 나무와 그 위로 넓게 자리 잡은 구름이 퍽 인상적이다. 이 그림이 왜 좋으냐고 물으면 둘러댈 말이 마뜩찮다. 당장은 그냥 좋다는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그냥 좋은 게 어딨냐며 이유가 있겠지 라고 따지는 말도 일리가 있을 것 같다. 그림에 있는 나무 이름부터 찾아봐야겠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