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물 폭탄

톰소여와허크 2010. 9. 23. 19:17

 

 

(2010. 추석 다음날)

 

 


물 폭탄 / 이동훈

 

 

작달비 피해 기어든 간이식당

알전구 아래, 각목 닮은 손목끼리 푸르스름하다.

겉절이에 싼 삶은 달걀을 한입에 욱여넣고

얹힌 것을 병나발로 내리는 사람들

보글보글 물방울 같던 호시절에서

서로 물 먹이겠다고 난장인 세월까지

출렁출렁 지나올 것 같으면

어느새 물구덩이에 곤두박인 신세거나

물 밖에 난 고기 신세거나 다들 거기서 거기다.

일감 없어 끌탕하던 어제를 잊으면

기약 없는 내일이 불안하여 쉽게 붉어지는 사람들

검은 물 뚝뚝 듣는 팔로 멱살 잡거나 멱통 잡히어도

제풀에 맹물 되어 스러지고

취기를 못 이긴 사내들은 잘도 꾸벅인다.

덩달아 비바람 수굿해지는 끄느름한 밤

깡통에 받은 빗물만 가득한데

누군가 흙신발로 냅다 차고 또 차니

 

---,

 

귓구멍 눈구멍 하늘구멍이 다 열리며

기막히게 터지는 물 폭탄이다.

잇대어 맞춘 각목 같은, 비걱대는 등판끼리

무럭무럭 김을 내는 사이

불발한 인생을 위하여

똥배 나온 달이 삐죽 뜨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