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버지의 자전거

톰소여와허크 2010. 9. 23. 22:29

낭송, 선우승국님: http://mewhdgur.idomz.net/ho-11.swf

 

 아버지의 자전거/ 이동훈


  

아버지의 자전거가 탈이 났다. 헛심 쓰기 좋게끔 느슨해진 체인에, 삐져나온 바퀴살에, 관절끼리 맞비비는 듯한 쇳소리까지 성한 곳이 없다시피 했다. 아버지도, 자전거도 고만고만한 힘으로 그냥저냥 다니는 재수는 피해가고 공사판을 전전하며 궂기는 일이 잦았다. 밀린 품삯을 떼일 때면 쇠못이라도 밟고 펑크를 내야 직성이 풀렸고, 술기운 도질 때는 전신주를 들이박고 쓰러지기도 했다. 비가 와서 공칠 때도 타이어 공기압은, 아버지의 허드레 소리를 닮아 고지식하게 팽창해 있었다. 여태껏 쉴 새 없이 달려오면서 자전거도, 아버지도 그만 눕고 싶었는지 모른다.

 

자전거를 고물상에 내놓고 아버지도 탈이 났다. 갓바위 오르는 비탈길, 나뭇짐 지고도 산길을 평지처럼 다녔다는 한 시절의 자랑이, 펑크 난 바퀴처럼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