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성녀의 구제
톰소여와허크
2010. 10. 7. 13:27
히가시노 게이고(김난주 역), 성녀의 구제, 재인.
- 잘나가는 사업가(요시다카)가 독살되면서 그의 아내(아야네)와 정부(히로미)가 용의 선상에 오른다. 아야네는 알리바이가 확실하고, 히로미는 요시다카를 죽일 동기가 없다. 난관에 부딪친 사건을 담당 형사와 물리학자가 현장 조사, 과학 기법 등 다양한 추리 과정을 통해서 해결해 간다.
요시다카가 죽음에 이르는 결정적 요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 보인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사랑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는 보편적 삶의 윤리를 무시하고, 오직 아이를 얻기 위한 도구로 배우자를 선택한다. 아이 낳기를 위해 그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일 년이다.
아야네의 친구이기도 한 준코가 요시다카에게 버림받는 첫 번째 희생자가 된다. 준코는 자살을 선택했다. 아야네가 두 번째 희생자가 되어야 할 차례지만, 아야네는 오히려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간의 사랑으로 아이와 상관없이 남편이 자신을 인정해준다면 멈출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의 죽음을 더 이상 유예시켜 주지 않았다.
왜곡된 인생관, 결혼관도 나름의 성장 환경에서 기인했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유로 타인에게 고통을 줄 권리는 없다. 서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요시다카와 아야네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는 추리와 함께 쓸쓸하게 와 닿는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