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미나리의 말

톰소여와허크 2010. 10. 28. 01:39

 미나리의 말 / 이동훈

 

남에게 엉너리 못 치는 주변으로

빈 화분만 남은 풍경으로 쓸쓸하더니

논도랑에 비죽비죽 돋은 것을 화초 대신 들였어.

흙 돋우어 물 인심 푸지니

푸르르 떠는 몸짓이 저도 반가운 게지.

볕과 그늘을 가리지 않고 날로 그들먹하니

이태준의 파초가, 김용준의 감나무가 부럽지 않고

백석이 갈매나무 보듯 뿌듯하기까지 했는데

매사에 건성이라 얼마간 잊고 있었더니

흙바닥에 너부러져 기절할 줄이야.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물 대고

안쓰럽게 지켜보다 잠깐 졸았을까.

실뿌리까지 물켜는 소리를 듣고 깨는데

청청해진 고것이 눈을 마주쳐 왔어.

피할 수 없었어.

순해진 어린애처럼 고분고분 듣고 만 거야.


사랑은……

 

너무, 늦지, 않게,

움직이는 거라고.

한 마디씩, 까닥까닥 전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