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룽나무 꽃
사진 출처: http://cafe.daum.net/kanggane7/ 진주귀걸이님
귀룽나무 꽃/ 이동훈
하얀 꽃 소복이 앉은
귀룽나무 아닌가.
다닥다닥 엉긴 풍경의 비밀을
까치발로 읽는다.
나뭇가지 끝 어긋나는 잎 뒤로
날렵하게 뻗은 꽃자루는
간격을 벌려 나대지 않고
키를 올려 젠체하지 않는다.
꽃자루에 상글방글 앉은 꽃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이웃의 맨얼굴이다.
외롭지 않을 만큼 붙어 서서
괴롭지 않을 만큼 떨어져서
바람 불면 슬쩍슬쩍 기대고 살자며
이웃에게 가듯
꽃잎 한 장 내려놓는
귀룽나무 아닌가.
* 귀룽나무를 아시는가? 혹 모른다면 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시라. 이즈음에 꽃을 피우는 귀룽나무, 그 꽃. 그 꽃 핀 모습을 보시라. 여기서 귀룽나무 꽃 피는 모습은 우리 사람 살아가는 동네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귀룽나무 꽃은 어떤 모습으로 피는가? 귀룽나무 꽃은 “외롭지 않을 만큼 붙어 서서/ 괴롭지 않을 만큼 떨어져서” 핀다. 모여 핀 꽃들이 서로를 대하는 자세는 어떠한가? “간격을 벌려 나대지 않고/ 키를 올려 젠체하지 않는다./ 꽃자루에 상글방글 앉은 꽃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모습이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얼마만큼이 좋은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귀룽나무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겸손하게 시인처럼 까치발을 딛고 보시라. 서로를 아름답게 하는 딱 그만큼의 거리와 자세가 보이지 않는가? (복효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