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사무락다무락

톰소여와허크 2011. 1. 27. 20:57

 

 

 

 (운봉에서 구룡치 가는 길- 박동희쌤,최종문쌤과 함께-사진 민호기쌤)

 

(구룡치(주천 쪽) 서어나무)

 

사무락다무락 / 이동훈

 

 

눈으로 곱게 화장한 가장 마을

버스가 떠나자마자

댑바람이 눈발을 몰고 오더니

가장의 입김마저 뒤로 채 간다.

논둑길 지나 마을길 지나

구룡치 산길로 들면서

채비 없이 나선 가장들은 자주 미끄덩한다.

얼음 찍을 징 하나 없으니

누군 입장하자마자 퇴장이란다.

누군 연장 하나로 버티지만

바깥에서는 소용 닿지 않으니 낭패란다.

막장, 끝장, 젠장이라며 차례로 엎어지고

끝장은 무슨 끝장이냐고 힘주다가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기도 한다.

무릎걸음을 겨우 면할 즈음

낯선 이정표 앞에서 아리송한 표정이다.

사무락다무락……

돌무더기에 비는 소망인 줄 알아듣고

미끄럼은 이제 그만이라고

돌 하나 쌓는다.

폼 나는 가장이고 싶다고

돌 하나 얹는다.

내려오는 길에

앓은 자국이 또렷한 서어나무가

머리에 인 눈을 털어 내고 있다.

사무락다무락……

이번 봄에도 꽃을 피우겠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