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느 기똥찬 날에

톰소여와허크 2011. 3. 5. 15:34

 

별꽃

어느 기똥찬 날에 / 이동훈


겨우내 장미는 바싹 말라버리고

잔해만 남은 화분을 두고 당신은 무척 앓았지요.

어쩌다 널은 빨래의 습기와

창턱을 겨우 넘어오는 알량한 햇살이

내버려둔 그 화분에 마법을 걸었나 봐요.

별별스러운 별꽃이 그들먹이 피더니

쌀쌀거리는 좁쌀냉이도 오종종히 피었네요.

이맘때는 작은 얼굴이 대세라며 다투어 피는 것이지요.

아무도 거들지 않아도 저리 환하다니

고것 참, 참말로 기똥찬 일이 아니겠어요.

그 꼴을 못 보겠는지 목련이 움을 틔울까 주저주저하는 사이

창 안팎의 작고 큰 것들이 다 열심인 사이

당신도 그만 일어나지 않으실래요.

 

- 우리시 201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