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우포늪에서

톰소여와허크 2011. 6. 24. 11:01

 

 

 

우포늪에서 / 이동훈

 

 

물비늘에 끌린 아이는

미루나무 사이로 춤추며 내려가다가

맨바닥에 자맥질하고.

 

놀란 울음을 다독이던 할배는

길섶 꽃나무에 꽃을 빌려 꼬막손에 주었네.

닥지닥지 앉은 하얀 꽃

종일 시들지도 않고.

 

아이가 꽃잠 드니

할배는 나직나직 흥얼거리네.

 

조팝나무 꽃이 필 때면 콩 심을 때라고.

조팝나무 잎이 단풍 질 때면 콩은 콩깍지를 뜨는 거라고.

 

구부스름한 왜가리는

잇대 놓은 콩마당 같은 늪에 발을 묻고도

먼산바라기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