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손톱

톰소여와허크 2011. 11. 24. 16:41

손톱/ 이동훈

 

햇살이 창으로 모여드는 오후

손톱 깎이느라 무릎에 앉힌 어린것이

잠시 다소곳하더니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손목을 다잡고 달래 보나 을러 보나

저를 이길 순 없다.

창가 자리로 내빼다 돌아앉아

헤벌쭉하는 양을 보다가

셀로판종이보다 투명한 것들을 집어내는데

까슬한 조각 하나가 옛날을 찔렀을까.

아릿아릿 떠오르는

처마 밑 양달쪽으로 등 굽은 할머니

귓밥이 이만하니 잘 살겠네.

손금이 이만하니 잘 살겠네.

그때인지 지금인지 졸음에 겨워

스르르 눕는데

톡톡 분지르는 소리가

옆구리 통증처럼 오는 것이다.

 

- 우리시 2011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