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와허크 2012. 5. 11. 21:25

호연정

 

 

 

호연정* / 이동훈


시끄러운 세상 쪽을
느티나무로 둘러친 언덕바지 집.
캔디의 포니 동산 같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다친 마음들이 괴어드는 집.
떠나온 세상을
넌짓 쳐다보는 꿍꿍이에 놀라
강물 내다보는 자리에서
굳이 몇 걸음 뒤로 나앉은 집.
곧거나 휜 자재가
지붕 밑, 짧거나 긴 거리를
중심과 가녘의 구분 없이
자유자재로 어울린 말랑말랑한 집.
마루에 길게 누우면
한쪽으로 쏠려서 굳은
속상하고 불편한 마음이
제풀에 스르르 풀어지는 집.
늙은 은행나무가
제 둥치에 조릿대를 키우며
안부를 물어오는 집.
슬픈 캔디를 불러  
대놓고 울어도 좋을 것 같은
오래 헤매다가 돌아온
웅숭깊은 마음자리 그 집.

* 호연정: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198호. 합천 율곡면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