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속담 인류학
톰소여와허크
2012. 6. 3. 22:41
요네하라 마리(한승동 역), ‘속담 인류학’, 마음산책, 2012.
속담이나 격언엔 선조들의 지혜와 처세술이 압축되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속담이 절대적인 지침이나 법칙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상황의 논리에 더 의존해서 쓰이는 게 아닌가 싶다. 시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아주 적절해 보이지만, 끝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이 되어버리니까.
저자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과 자국(일본)의 방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부정적으로 비치는 세계에 대해서 비판하고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데 속담만큼 유효한 것도 드물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은 노력하는 모습이 있어야 도움을 받는다든지 행운이 따라준다든지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일의 진척과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안주하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주변을 자극하는 데 이만한 속담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속담의 원형을 살펴보면서도 설교적인 냄새를 싫어하는데, 그러다가 ‘산이 마호메트에게 오려고 하지 않으면 마호메트가 산에게 가야 한다’는 유사 속담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원칙과 약속이라고 혼자 못 박아놓고 앞뒤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안 되는 일을 무리하게 고집할 때가 왜 없겠는가. 산을 오라고 억지 주문해 놓고 하늘이 돕지 않는다고 탓하고 있지 않나 돌아볼 일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