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장미의 이름
톰소여와허크
2012. 8. 16. 16:58
움베르토 에코(이윤기 역), 장미의 이름(상)(하), 열린책들.
- 장미의 이름. 중세 수도원에서 7일간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윌리엄과 아드소가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교황권과 황제권, 이단과 정통의 힘겨루기를 읽다 보면 점차 수도원 장서관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서책(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둘러싸고 부딪치는 호르헤 수도사와 윌리엄 수도사의 웅변을 끝으로 수도원은 잿더미로 화하고 만다.
호르헤 수도사는 <시학>에서 언급된 ‘웃음’이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라고 믿는다. ‘웃음’이 서민을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 당연히 있어야 할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경계하고, 이를 위해 살인까지 기획하거나 방조한다. 윌리엄은 호르헤의 태도를 미치광이의 것으로 간주하고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을 역설한다.
비판에 대한 어떤 회의도 허락하지 않는 절대적 지식이란 게 있을 수 없다면 자신이 믿는 지식을 맹목으로 따르고 지키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불완전한 지식을 독점함으로써 세우는 권위라면 살짝 비웃어 주는 것도 유용한 지식이겠다. 이 점에서 윌리엄은 독자의 지지를 받겠지만 아드소는 윌리엄 역시 지나친 면이 있지 않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지식이란 것도 불타는 장서관의 책처럼 바람 한 줄기에 흩어지는 가벼운 부스러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