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자발적 가난의 행복

톰소여와허크 2012. 9. 9. 13:59

 

보길도 전망대에서, 2012 여름.

 

강제윤, 자발적 가난의 행복, 생각을담는집, 2010.

 

 

* 젊음을 온통 방황과 여행으로 보냈던 크눌프(헤르만 헤세 作)처럼 저자도 역맛살이 있다. 크눌프가 죽을 때까지 바깥으로 떠돌았다면(맞는지 다시 읽어봐야겠다) 저자는 고향 보길도를 원점으로 해서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는 삶의 연속이다.

  이 글의 전반부는 주로 보길도 이야기다. 염소를 키우고 작물을 재배하면서 틈틈이 삶의 단상들을 적은 글이다. 염소와 함께 누워 책을 보면서, 사랑스러운 염소와 식용으로 사라질 염소 사이에 적잖은 고민이 생긴다. 염소들의 운명을 지배하게 된 자신이 생명과 자비, 생계와 현실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못하고 망연해하는 것이다.

  농작물의 성장을 막는 잡풀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난제다. 불약(농약)의 유혹을 이기려면 식물이나 먹을거리를 상품과 자본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본연의 생명으로 봐 주어야 가능함을 몸으로 깨닫는다.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가난을, 자발적인 가난을 신뢰한다. 기본적으로 ‘부’는 나눔을 외면할 때 더 커지게 마련이다. 해서 저자는 “부자가 되어 나누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얻게 되는 모든 것을 나누어 버릴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가난을 거듭 두둔한다. 아닌 게 아니라, 부와 재화에 대한 욕망을 부풀리는 자본주의에서 부를 얻는 것보다 나누기가 훨씬 어려운 일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청도 한옥학교를 거쳐 수많은 섬을 전전하다가 다시 보길도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 하지만, 같은 곳을 지나와도 여행의 후기는 제각각이다. 가난하고 평등한 삶을 지지하는 나그네 목소리에 반가이 머물렀다가 이제 또 어디로 갈 것인지.(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