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섬마을 학교 / 최남호

톰소여와허크 2012. 9. 25. 15:19

섬마을 학교 / 최남호

 

 

어제는 주석이가

오늘은 영란이가

뭍으로 전학을 갔어요

자꾸만 등굣길에 하나 둘 안 보이는 친구들

왜들 콩나물시루 같다는

도시로만 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주석이 빈자리는

선생님이 채워주시고

영란이 빈자리엔

햇살이 내려와 앉았지만

 

더 빈 자리는 누가 와 채워줄까요?

창밖 푸른 바다 쪽으로

자꾸만 눈 돌려져요

통통배를 타고 떠나갔을 내 반 아이들

낯선 친구들이 갯내 난다 놀림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_ 『안부 전화』, 청어, 2012.

 

* 어른들의 발이 도시로 향하면서 아이들의 눈도 도시를 좇는다. 일자리와 편의 시설이, 교육과 문화 시설이 도시로 편중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시골에 노인만 남았다는 말은 이제 엄살도 과장도 아닌 게 되었다. 아이들이 떠난 농어촌 학교를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닫는다.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낀 사람이 돌아오고 싶어도 자녀가 다닐 학교가 없어 또 고민이다. 교육 문제를 당장의 효율성과 경제성만 따져 처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제주도 어디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단다. 통폐합 대상이 된 섬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된 학교를 포기할 수 없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골 학교에 남아 있는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를 꿈꾼다면 그게 지나친 욕심인가. 그렇지 않다고 시인은 내 귀에 속삭여 준다.

  시인은 섬마을 아이를 화자로 내세워 현실의 한 단면을 스케치하듯 그려 냈다. 한 쪽은 하나 둘 “빈자리”가 늘어나고 다른 한 쪽은 “콩나물시루”가 되어가는 쓸쓸한 풍경이다. 그래도 아이는 그 또래의 동화를 잃지 않는다. 빈자리에 내려앉는 햇살을 동무 삼을 줄 안다. 하지만 빈자리는 자꾸자꾸 늘고, 어쩌면 다음 차례는 자기가 될지도 모른다. 다 떠나고 모든 게 끝났다는 문구로 동화가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내심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학교 문을 열 수 있을 것인지, 뭍으로 간 아이가 각박한 도시 인심과 학업 경쟁 속에 상처입지 않고 잘 성장해줄 것인지 섬마을에 남은 사람은 걱정이 많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