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시대와 예술의 경계인 정현웅

톰소여와허크 2012. 12. 2. 01:23

 

신수경․최리선, 시대와 예술의 경계인 정현웅, 주식회사 돌베개, 2012

 

 

 

- 월북 예술가 정현웅,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름을 다시 불러 세상에 내놓았다. 화가요, 삽화가요, 장정가요, 평론가이기도 했던 정현웅의 면모를 적지 않은 작품 사진과 함께 만나는 호사를 누렸다.

  『소년』(조선일보사)의 편집인이었던 윤석중과의 인연으로 그의 동시집 『굴렁쇠』(1948)의 장정과 삽화를 정현웅이 맡았다. 시도 좋거니와 그림이 시와 잘 어울려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신문사의 『여성』편집자인 백석과의 만남도 인상 깊다. 고향과 서울을 떠나 만주에서 보내온 백석의 시 <북방에서>는 ‘정현웅에게’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은 북쪽에서도 작가와 장정가의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임꺽정>에 삽화를 그린 바 있는 정현웅은 홍명희의 추천으로 『신천지』(서울신문사)의 편집인이 된다. 정현웅이 만든 잡지는 해방 공간의 교양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누가 키가 더 큰가>(1963)는 정현웅이 북에서 그린 수채화로 자기 자식들이 모델이라고 한다. 남한에 두고 온 4남매와 북한에서 태어난 아이가 서로 어울려 있다. 그림은 천진하고 명랑한 느낌을 주지만 그 이면에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생으로 삭여야 했던 작가의 슬픔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