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지켜 주자 / 오혜경

톰소여와허크 2013. 5. 12. 19:17

지켜 주자 / 오혜경

 

지켜 준다는 말, 여러 번 들었다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서 그 사람에게서

 

사랑한다 + 힘 + 지혜 = 지켜 준다

 

한글로 된 수학공식의

피사체로 나를 세워 놓고

흡족한 공상에 빠져 본다

 

지켜 주고 싶은 사람은?

싸늘하게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비인간적이면 어떤가

모든 예술은 절반은 거짓이고

내 말의 반쯤은 거짓일 텐데

- 『7번 국도』, 가라뫼출판사, 2013.

 

* 누가 누구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 마음의 절반 이상은 사랑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사랑한다 + 힘 + 지혜 = 지켜 준다”는 공식은 사랑만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힘과 지혜를 두루 지닌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은 신나고 든든한 일이겠으나 세상일은 조금씩 모자라고 틀어지는 데가 있기 마련이다.

   사랑에 의심이나 미움이 쉽게 섞여 들고, 힘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도 부족한 면이 있고, 지혜는 신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 않다. 지켜 주고 싶은 대상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심리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자는 자신의 부정이 거짓임을 알리고 싶어 한다. 사랑을 불안해하면서도 사랑 속에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켜 준다는 말! 믿는 것도 사랑이고, 믿고 싶은 마음도 사랑이다. 자신을 지키는 일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사랑하는 일도 남을 지켜 주는 마음만큼이나 소중해 보인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