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나무 열전

톰소여와허크 2013. 6. 19. 09:25

 

강판권, 『나무 열전』, 글항아리, 2007.

 

  한자를 공부하던 사람이, 나무를 공부하더니 둘을 결합시켜 이야기를 만들었다.

  살구 씨를 한자로 행인(杏仁)이라 한다는데 씨가 나무를 키우듯이 인(仁)이 사람을 키운다는 뜻이란다.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쳤기에 그곳을 행단(杏亶)이라 부르며 공자 묘소에도 살구나무가 있다든지, <신선전>에 나오는 동봉이란 인물이 무료로 의술을 베풀고 그때그때 살구나무를 심어 행림(杏林)을 이룬 이야기 등이 나온다.

  버드나무 가지를 유지(柳枝) 또는 양지(楊枝)라고 하는데, 양치질의 어원이 여기에서 나왔단다. 치아를 깨끗하게 하는 데 버드나무 가지(양지)가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나무든 한자든 다른 무엇이든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데 인생의 한 진미(眞味)가 있을 것이다. 직접 나무를 접하고 공부하면 익힘이 빨리 오겠지만 대충 넘겨들은 이야기도 꽤나 재미나다.(이동훈)

 

청도 동곡초 주엽나무(2013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