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7번 국도 …Revisited…

톰소여와허크 2013. 6. 23. 01:56

김연수, 『7번 국도 …Revisited…』, 2010.

 

   13년 전에 쓴 소설을 고쳐 쓴 것이라 한다. 원래 읽으려고 했던 것은 이전의 것이었는데 …….

 

   남자 둘, 여자 하나. 이십 대를 보내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여자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방황하다가 일본인 아버지를 찾는다. 남자 한 명은 여자로부터 실연당한 아픔이 있다. 현실의 무게로부터 놓여나기 위한 것인지, 허무를 잊기 위한 것인지,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인지 동기도 목적도 여정도 뚜렷하지 않지만- 사실, 젊음이 대개 그렇긴 하다 - 남자 둘은 7번 국도로 여행을 떠난다.

   길을 걷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우리는 애써 시간을 내서 떠나려 하지만 여행이 원하는 것을 바로 줄 리 없다.

   “오직 알 수 없을 뿐. 그저 끝없이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는 길 위에 서 있을 뿐.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오직 알 수 없을 뿐.”

   알 수 없다는 것은 이십 대도 사십 대도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길을 선택해 걸을 뿐이다. 주인공이 배운 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김기림의 <길>, 그 끝부분을 검색해서 옮겨 본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 김기림, <길> 일부, <조광>(1936).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