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나의 서양 미술 순례
톰소여와허크
2013. 7. 5. 11:04
서경식(박이엽 역), 『나의 서양 미술 순례』, 창비.
- 저자의 본격적인 미술 관련 에세이인 『청춘의 사신』 이전에, 아직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을 때 쓴 글이란다. 전문가적인 미술비평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신변과 그림을 연결하는, 세부적인 평이나 일반적인 인식에서 비켜나 있는, 그래서 더 새롭기도 한 미술 에세이다.
재일교포인 저자의 두 형제가 고국에 유학 왔다가 20년 가까이 복역하게 됨으로써 저자의 청춘은 우울했겠다. 그 시절 우연찮게 유럽 미술관을 답사하면서 그림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을 것이고, 그때 만난 그림과 감회를 메모해 두었다가 책을 엮게 되었다.
저자의 침실에는 플랑드르 회화실에서 만난 ‘부인상’(로베르트 캄핀 作)의 도판이 있다고 한다. 당시의 그는 그림 속 여자를 수녀로 보았고(나중에 당시 일반 여성의 옷차림이라는 도움말을 들음), 충분히 경건한 인상을 주지만 엄격한 계율을 따르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평했다. 저자가 왜 그 여인에게 꽂혔는지 그의 가족사와 자란 환경, 그의 성향을 떼놓고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무의식중에 불가사의한 힘에 경도되기도 했을 것이다.
‘부인상’을 찾아 눈을 맞추어 본다. 닫힌 입매……, 자꾸 보다 보면, 한번쯤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