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소설 / 이정록

톰소여와허크 2013. 8. 18. 23:13

소설 / 이정록

 

 

너무 힘들어서

물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는데, 눈물이 마르면서

고무신 안쪽에 자동차바퀴가 보이더구나.

그 껌정고무신이 타이아표였거든.

바퀴 안에 진짜라고 써 있더구나.

애들 놔두고 진짜 죽으려고?

그래 얼른 신발을 다시 꿰찼지.

저수지 둑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데,

신발 속에서 진짜, 진짜, 울먹이는 소리가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더구나.

진짜 애들한테 떳떳한 어미가 돼야지, 맘먹고는

이날까지 왔다. 글자 하나가 사람을 살린 거야.

넌 글 쓰는 사람이니께 가슴에 잘 새겨둬라.

내 말을 믿으면 진짜 글쟁이고

안 믿으면 그 흔해빠진 똑똑한 아들만 되는 거고,

근데, 어미가 니들 놔두고 진짜 죽을 생각을 했겄냐?

이런 거짓부렁을 소설이라고 하는 겨.

 

- 『어머니 학교』, 열림원, 2012.

 

*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쓴 시다.

   삶의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여 죽음까지 생각하던 시절, 어머니를 삶으로 다시 돌려세운 것은 고무신 안의 글자 하나였단다. 가짜 타이어 표 고무신과 구별하기 위해 “진짜”를 타이어 그림의 이편과 저편에 문구로 새겨 넣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짜다.

   “진짜” 오래 생각했는지, “진짜” 이 길 밖에 없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말이 소설이라고 했지만, “신발 속에서 진짜, 진짜, 울먹이는 소리가/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더구나”라는 표현에서 결코 거짓일 수 없는 생생한 체험과 진실을 느낀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거짓인지 어디까지 진실인지 어머니도 시인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설령, 어머니의 말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울림이 있는 그럴듯한 거짓말은 그냥 허투루 나오진 않을 것이다. 글을 낭비하는 글쟁이보다 거짓말 잘하는 어머니가 훨씬 소설가답다는 생각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