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별무리 / 이재부

톰소여와허크 2013. 8. 30. 15:18

별무리 /  이재부

 

 

별을 보고 혼자 말하네

짐을 벗으려 해도 그리움이 자꾸 실린다고

 

은하의 강가에 주저앉은 별무리

어린 우리를 두고 가신 어머니별이며

젖 먹으러 따라간 내 동생별이고,

못다 살고 떠난 누님별과

전쟁에 산화한 형님별이리

 

나를 키우느라

애간장 다 녹인 아버지별 옆에

반짝이는 저 별은 선생님별이다

 

꿈을 키워주신 선생님 팔베개

처음으로 느껴본 사랑의 체온

아직도 귀에 대고 속삭이신다

 

사랑하는 사람아 별이 되어라

늙었다 하지 말고 소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렴

정이 그립거든 내 품으로 달려오너라

선생님별은 아직도 밤새워 반짝이신다

 

비 오는 밤에도 훤히 보이는

저 허공의 별무리들.

 

- 『바람의 언어』, 도서출판 움, 2013.

 

* ‘종교학대사전’(한국사전연구사)에 따르면 에스키모는 어떤 별은 선조가 다시 태어난 것이고, 어떤 별은 물고기나 짐승이 다시 태어난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부시맨은 지상의 인간이나 사자나 바다거북 등이 하늘로 올라가서 다시 태어난 것이 별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즉, 무수한 별은 무수한 영혼의 환생이라는 것이다.

  황순원의 <별>에 나오는 아이도 가장 아름다운 별을 어머니와 동일시한다. 죽은 누이를 어머니 옆에 또 하나의 별로 인정하면서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간다. 시인은 어려서부터 머리 위에 어머니별을 두었나 보다. 서늘하고 아름답고 눈물도 살짝 얹힌 별일 것이다. 이후로도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둘 떠나고 그 수만큼 하늘에 별이 새로 뜬다. 별에게 정령을 느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아주 보내기 싫은 곡절한 마음 때문인 것을 알겠다.

  별무리 중 선생님별도 유난히 밝다. 정을 보이고 정을 나누어 준 사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을 테고, 시인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