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 하상만
손 / 하상만
딱 한 번 누가 내 목숨을
건져낸 적이 있다
내 키가 지금의 가슴까지 왔을 때
영모 형과 내가 물속을 걸어
올라간 적이 있다
조금만 더 가면 괜찮겠지 하면서
깊어지자 뒤꿈치를 들고
앞으로만 갔는데
물이 코를 넘어서자
나는 말도 못 하고 잠겨서
손을 뻗으며 허우적댔다
그때 물속에서 다급하게 나를
찾는 손이 있었다
그 손이 이제 운전대를 잡았다
고향에 내려가 버스를 탔는데
그냥 타라
쳐다보니 영모 형이었다
잘 살제?
묻기에
반가워 손 내밀었는데
물속에서 내가 꼭 쥐었던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었다
제철공장에 두고 왔다는
말을 들었다
- 『간장』, 실천문학, 2011.
* 인연(因緣)이란 나로 ‘인’해 생긴 ‘연’이라는 말을 들었다. 좋은 연도 나로 말미암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도 나로 말미암은 것이니, 나를 다듬고 선업을 지으려 노력하라는 말로 새기고 있다.
그럼에도 인(因)은 너로 인한 것도 있을 테고, 너와 나 사이의 무수한 일과 일들, 그때그때의 감정으로 인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과 그로 인한 연이 더 별나게 와 닿을 때도 있을 것이니 ‘나’와 ‘영모 형’과의 관계가 그러하지 싶다.
물에서 ‘나’를 건진 아주 특별하고 고마운 손, 그 손의 주인이 삶의 우여곡절과 간난신고를 지나오며 손가락 하나를 잃었다. 덤덤하게 전하는 말투 속의 화자 내면은 상대의 손을 어루만지는 마음일 것이다. 좋지 않은 사회 환경 속에서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가족과 이웃에 대한 연민의 마음일 것이다.
한 생명을 건져낸 손, 운전대를 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손, 그 손에 빚진 목숨이 또 다른 생명에게 손을 내밀고 그렇게 해서 세상 인연은 얽히고설키며 그렇게 가는 것이리라.(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