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선시대 인물 기행
홍일표, 『조선시대 인물 기행』, 화남, 2005.
* 조선 500년, 왕에서 말단 공직자까지, 또 그 시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인물의 특별한 사연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그로부터 현대를 사는 지혜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중종이라면 한 번은 이쪽, 다음은 저쪽, 계속 바꾸어 가면서 신하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왕권을 지키려했던 왕, 그 정도로 아는 사람에게 이 책은 중종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지방 관찰사가 노비들의 반역죄를 고하자 흥분 대신, “경이 오히려 한 번 웃어버리고 스스로 처리하여도 되는데 어찌 멀리 나에게 알릴 필요가 있겠는가? …갇힌 사람들을 즉시 놓아주어야 한다”며 약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체제 수호적인 태도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비판과 불만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벼슬아치를 꿰뚫어 본 것이다.
채수의 「설공찬전」이 보수적 유학자에게 요망한 소설로 낙인 찍혀, 책과 함께 채수도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나게 된 이야기를 소개하며 저자는 이런 평을 붙인다. “고루한 사람들에 의해 교수형의 위험에 처했다가 다시 관직을 제수받기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열린 시야와 닫힌 시야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배타적이고 편협한 자세는 삶의 소중한 진실을 한순간에 말살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이 책의 전반적인 경향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 하겠다.
정조가 사도세자 능의 소나무에 콩 봉지를 묶어둔 사연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통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하며 현재를 살아가야 할지 그 길을 자꾸 묻는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