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
후지와라 아키오,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주)위즈덤하우스, 2007
* 신문사 특파원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취재하면서 글감을 모은 것인데 이전의 낭만적 탐험의 대상이라든지 전쟁과 기아로 인해 구호 활동이 절실한 상대로만 보았던 시각에서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을 잘 보여주었다는 느낌이다.
글의 첫 장은 사진작가 케빈 카터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사진 <독수리와 소녀> 이야기다. 수상의 기쁨도 잠시, 소녀를 먼저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들끓으면서 결국 케빈은 자실을 선택한다.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한 필자는 케빈의 죽음이 그의 우울증과 맨드락스라는 마약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으며 맨드락스는 반정부 세력이나 폭도의 전의를 떨어뜨리기 위해 흑인 거주지에 제공한 것이라는 증언을 소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흑백 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영향 하에 자라면서 유럽 태생의 유럽인, 아프리카 태생의 유럽인, 원주민인 흑인 그리고 이들의 결연으로 인한 2세, 3세들이 차별 없이 한데 섞이지 못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도 사진작가의 자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구호나 원조에 대해서도 좀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무상 원조에 대해서 현지인들의 달갑지 않은 태도를 목격하기도 하고, 반대로 무리한 요구나 기대로 이어지는 걸 보기도 한다. “막연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조할 궁리를 하는 것보다는 구해야 할 상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이동훈)
케빈 카터, <소녀와 독수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