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담징

톰소여와허크 2014. 5. 22. 09:23

김민환, 『담징』, 서정시학, 2013.

 

   고구려 출신의 스님으로 일본 법륭사(호류사)에 금당벽화를 그렸다는 담징에 대한 이야기다. 불분명한 전기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허구의 사실’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실의 세계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저자 후기에 밝히고 있다.

   담징은 불심을 널리 퍼뜨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쇼토쿠 태자의 지원에 힘입어 금당 벽화 작업에 임하고자 하나 미륵불의 얼굴을 좀처럼 얻지 못하여 고민을 거듭한다. 사가의 여인에 대한 애욕을 떨쳐버리지 못한 이유가 컸다. 욕계와 색계를 떠나 참된 진리의 세계에 있고자 하는 마음과 여인으로 인해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며 세속을 저버릴 수 없는 마음이 부딪치면서 회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담징은 행걸도 하고 절식도 하며 자신을 수행하는 데 골몰하지만 여인은 여인대로 번뇌가 깊다. 한 번의 운우지정으로 담징의 아이까지 얻고 평생 그리워하지만 상대는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기 어려운 길에 서 있다.

   담징이 벽화에 손을 댄 것은 여인을 마지막으로 해후하고 나서다. 여인에게서 미륵을 본 것이다. “눈물 고인 눈으로 웃고 있는 이 얼굴이 바로 미륵의 얼굴이야. 욕계에 있으되 욕을 극복한 얼굴. 관능을 넘어 기품이 넘치는 얼굴. 여인의 이 얼굴이 미륵의 얼굴이야”. 여인을 닮은 미륵을 완성하는 데 공력을 다한 담징은 운명한다.

   실제, 호류사 금당벽화는 담징이 졸한 지 얼마 후 불타버렸다. 담징의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담징의 그림을 모사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고, 이마저 1949년에 불타고 없으며 이전에 찍은 그림 사진이 전할 뿐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