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달맞이꽃

톰소여와허크 2014. 8. 10. 12:17

 

이인실 作, < 달맞이꽃 >

 

달맞이꽃 / 이동훈


굴다리 옆, 철둑 따라 다문다문 피어난 너.

먼데서 보고 지날 뿐 가까이 멈춰 볼 줄 몰랐어.

서울로 가는 기차도

아랫녘으로 가는 기차도

한번 돌아보는 일 없이 먼지바람만 일으키네.

누가 눈 맞추러 올 건가.

기적 소리만 있어도 움찔대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너.

달빛처럼 부예지다가

굴다리 안처럼 어두워지다가

마침내 노랗게 추어올린 얼굴.

기차가 가을밭 지나 꼬리구름으로 사라질 때

그리움의 알갱이 속속 떨어내고

깡마른 줄기로 흐느적이는 너.

이즘의 말간 날에도

빗물 고이던 지난날에도

꽁지발로 서 있었을 너를

단출해진 저녁에야 이리 생각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