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새들이나 넘을 수 있는 고개 / 송문헌

톰소여와허크 2014. 8. 22. 19:41

새들이나 넘을 수 있는 고개

- 이화령-조령산-조령             / 송문헌

 

 

서른두 굽이를 넘어가야만 문경에 이르던

괴산의 연풍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갯마루 이화령

터널이 뚫려 오가는 발길들이 뚝 끊긴 산정

전란 때 연풍현 건물은 소실, 동헌 풍악헌만 남았다네

 

46세에 단원 김홍도가 마지막 벼슬을 지낸 그곳

원님으로 지낼 적

삼남을 휩쓸던 가뭄을 지혜롭게 넘겼으나

매사냥에 빠져 사람들을 동원한 죄로

탄핵, 벼슬에서 파직되었다네

 

가파른 이화령에서 조령산(1,017m)으로 오르는 산길은

느닷없이 암봉이 가로막고 울퉁불퉁 937m 봉에 올라서면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성채는

새들이나 넘을 수 있다는 새재

산꾼들 발길을 막아서네

 

- 『백두대간 언저리』, 도서출판 움, 2014.

 

 

  * 시집 마지막에 백두대간 완주증이 있다. 경상남도 산청 지리산 웅석봉을 출발하여 천왕봉,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까지 58구간 720Km 정도를 완주한 것으로 나온다. 이 시집은 그 기록이라 할 것이니, 두 다리에 빚진 게 많겠다.

  시인은 곳곳의 생태와 풍경에다 인근 지역의 역사와 설화까지 아우르면서 시의 결을 짜 나간다. 능선과 봉우리를 거듭 지나듯 서정과 서사를 넘나드는 모습니다. “이화령”을 지나면서 예까지 매사냥을 왔을 김홍도를 생각했다면, 화가의 '호귀응렵도'(豪貴鷹獵圖)도 이미 감상했을 것이다. 매사냥에 미쳐서도 그림을 잊지 않은 김홍도처럼, 시인 역시 산행에 빠져서도 시를 잊지 않고 있으니 두 사람은 닮은 데가 분명 있다고 하겠다.

  시인의 백두대간 종주를 축하하면서도 모 시인이 전국노래자랑이 아니라 반국노래자랑으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표현한 게 문득, 생각난다. 백두대간 종주 대신 반주라고 적는 게 더 적실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새들이나 넘을 수 있다는 새재”도 넘었지만 더 이상 북으로 가지 못하는 게 유감일 것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