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그리메 그린다

톰소여와허크 2014. 11. 28. 17:13

 

심사정, <파초와 잠자리>

전경일, 『그리메 그린다』, 다빈치북스, 2012.

 

 

  - 환쟁이, “그들이 그린 그림은 그림자인가, 그림이었을까? 혹은 그들 자신이 그림자였던 것은 아닌지”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화가의 삶과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중인 출신 화가들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역적의 자식으로 살아야했던 김시(김안로의 아들)와 심사정(심익창의 손자)의 삶과 그림이 도드라진 데가 있어 보인다.

  김시는 <동자견려도>, <우배도하도> 등 소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권세를 잡아 세상을 뒤흔들었으나, 결국에는 인생사 제자리로 돌아가고 마는 것처럼 소와 같이 우직하게 살고자 한 마음의 징표”로 김시에게 그림은 “못 이룬 꿈이었고,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이었으며, 삶이 드리우는 모든 낱 그림자였다”고 말한다.

  심사정의 그림에서는 <파초와 잠자리>가 눈에 남는다. “왠지 모를 서글픔을 가득 품은 채, 고요에 파문을 일으키는 잠자리를 통해 파적과 희망을 길어 올리고 있다”고 했는데, 내가 파초 그늘로 들어가는 듯, 잠자리가 그림 바깥으로 나오는 듯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