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수도원 기행2
톰소여와허크
2015. 1. 2. 23:41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
공지영, 『수도원 기행2』, 분도출판사
- 공지영 작가는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집필하면서 왜관 수도원과 깊게 인연을 맺었고, 본인도 개인사의 부침을 겪으며 신앙심을 더하게 된 것 같다. 수도회는 베네딕도 성인의 수도 규칙을 따르는 곳으로 기도와 노동을 중시한다는데, 왜관 수도원은 공예실, 인쇄실, 소시지 방, 텃밭을 직접 운영하며 자급자족하는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작가는 극심한 고통의 끝에서 신을 만났고, 몇 번의 신비 체험을 가졌음을 고백한다. 수도원 여행 중, 아빌라에 들렀을 때는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라는 데레사 성녀의 말을 생각하곤 이렇게 덧붙인다.
“더 서성일 것도 더 붙박이려 집착할 것도 없다. 더 가진다는 것은 심지어 어리석다. 참으로 어떻게 죽는가가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였다”라고.
내가 누구인지 자신할 수 있다면 신은 설 자리가 없거나 명명백백하게 존재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끝내 알 수 없을 것이며 동시에 자신이 믿는 신의 존재 여부도 불확실하다. 다만, 완전하지 않은 개개인이 필연적으로 더 큰 존재를 그리거나 의지하게 될 성싶다. 신도 인간도…… 있고 없고, 믿고 안 믿고 그 사이를 같이 헤매는 공동운명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불경한 것인가 아닌가. 잠시 생각는 저녁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