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여름 같은 봄이 온다 / 김완

톰소여와허크 2015. 2. 24. 09:02

여름 같은 봄이 온다 / 김완

 

담양 관방천변 ‘진우네 국수집’에

손님들 넘쳐 앉을 자리가 없다

‘옛날진미국수집’은 텅 비어 있는데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을 어쩌고 중얼거리며

우리가 앞장서 빈 국숫집으로 들어간다

강물에 봄 햇살 튀어 눈이 부시다

햇살 비추는 바깥 마루에 자리를 잡자

할 일 없어 진우네 가게를 힐끔거리던

총각이 서둘러 우리를 맞는다

반팔차림 총각의 팔에 새겨진 문신

‘Don`t stop dreaming'

멸치 국물국수, 열무 비빔국수

삶은 달걀 서너 개 오른 개다리소반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막걸리 한 사발씩 돌린다

누구도 부럽지 않은 점심

왁자지껄 웃음소리에 은근하게

한낮 관방천의 공기가 달아오른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느닷없이 여름 같은 봄이 온다

 

- 『너덜겅 편지』, 푸른사상, 2014.

 

 

  * 청도 풍각장에서 시인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tv에 방영되기도 했던 맛집을 추천 받아서 일행과 함께 들렀는데, 맞은편에 장사 안 되는 국밥집으로 가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즉석에서 받은 것이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그 마음씀씀이는 지금도 좋게 남아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입으로 떠들면서도 실제 선택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물론, 가게를 찾거나 상품을 고르는 것은 맛과 품질과 서비스의 질과 그런 정보를 고려한 당연한 선택일 것이고, 자기가 돈 내고 자기가 쓰고 먹고 입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잘 안 팔리는 가게를 한번쯤 걱정해 주는 마음과 어쩌다 들러서 안 팔리는 가게에도 기회를 주는 게 부의 독점과 폐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길이고 다수의 패자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윤리임을 믿는다.

  시인은 잘 안 팔리는 국숫집을 찾고는 거창하게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방적으로 배부른 것을 경계하고 나누면서 커지는 경제학을 실천한 뿌듯함의 표현일 것이다.

  맛은 기본이면서 기분이다. 잘 안 나가는 것을 거들어주면서 기분 내러 국숫집이나 국밥집으로 다시 갈 거나. 겨울 속의 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