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한 소절 1 / 전윤호
아라리 한 소절 1 / 전윤호
밭매던 젊은 며느리
점심 차리러 간다고
시어머니에게 아이 맡기고
고새 사라져버렸네
집에도 없고 남편이 일 나간
도로 공사장에도 없고
동네 사람들 사방을 뒤지다
구렁이처럼 강이 휘감고 돌아간
높은 뼝대
새나 날아다니는 그 험한 꼭대기에서
죽은 며느리를 찾았네
참으로 이상한 것이
보라색 플라스틱 슬리퍼 신고는
올라갈 수 없는 벼랑
산신령과 바람나서
호랑이가 물어 간 거라고
몸만 놔두고
도원으로 간 거라고
못다 맨 감자밭 두고
도원으로 간 거라고
- 『늦은 인사』, (주)실천문학, 2013.
* 아리랑의 어원은 그냥 여음일 뿐이라는 설부터 시작해서 알영설, 아랑설, 我離娘설, 我耳聾설, 긴고개설, 아리고쓰리다설 등등 끝도 없다. 어원의 이런 모호함이 아리랑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하는 일면도 있는 듯하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그 정체가 누구에게나 선명하게 인식될 때 대상이 갖는 신비감은 줄어들 텐데, 위의 시도 줄거리는 있되 결정적 장면 같은 것을 일부러 노출시키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상상과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젊은 며느리는 뼝대(바위 벼랑)에서 의문의 시체로 발견되지만 사건의 인과는 생략된 채 “도원”에 갔을 거라는 주변의 소문만 있다. 죽음에 사연이 없을까마는 생전의 며느리가 겪었을 현실의 고단함을 새 세상에서 보상 받으라는 염원이 소문에 담겨 있을 것이고, 그것이 결국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도원”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물에 빠진 친구나 어릴 때 이별한 어머니가 그곳에 있을 것이고, 하늘 닭이나 인간의 소유가 아닌 소들이 그곳에 있기도 하단다. 그리고 그 입구는 열려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아라리 아라리 가는 길에 문득 마주칠 날도 있지 않을까.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