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마크 트웨인!

톰소여와허크 2015. 8. 3. 22:56

 

- 사진은 소설의 한 장면

 

마크 트웨인! / 이동훈

 

 

두 길의 수심水深을 통과하라는, 마크 트웨인!*

아기 오줌으로 졸졸대던 건천을 가늘게

가까스로 지나오던 유년에

꿈에도 일렁이던 빛살이었다.

 

우기가 되어서야 미시시피가 된 도랑

동네 형 허크는 흔들리는 스티로폼에 납작 엎드려

넘실넘실 오는 사과를 잘도 줍더니

균형을 잃고 허우적대다가 먼 데로 흘러갔다.

불었던 물이 빠지면서

꿀꿀하던 돼지 새끼가 도로 사냥감 될 때

길갓집 부끄럼 많은 베키 양은

내놓은 자식인 톰 형과 함께 행방불명되었다.

하수관을 밟고 오줌 누던 나는

금세 차오른 수위에 발목을 오래 적셔 두기도 했다.

도랑물이 머리맡까지 굼실거릴 때

이부자리에 지리기도 하고

덤벙하는 소리에 소스라치며 깨기도 하던 시절

시궁으로 변한 도랑을 박쥐 떼가 날고

그걸 쫓는 돌멩이가 위험 수위를 한껏 높였어도

소설 속 인물처럼

끝내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그런 일몰이면

한 길, 또 한 길 수심을 좋이 지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듣기도 했던 것인데

아직도 우기가 되면

수위 조절이 안 되는 가슴 바닥에

몰캉한 그리움의 마크가 산다.

 

 

* 필명 ‘마크 트웨인’에서 ‘트웨인’은 ‘둘’(two)의 고어체다. 미시시피강 수로 안내인들은 조타수를 향해 "마크 트웨인!"이라고 외쳤는데, 배 밑으로 수심이 두 길 정도 되니 지나가기 안전하다는 뜻이다.

 

- 두레문학(2015,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