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돌베개
장준하, 『돌베개』, 돌배개, 2015.
1971년 초판 서문에, 장준하는 “돌베개를 베고 중원 6천 리를 걸으며 잠을 잤고 지새웠고 꿈을 꾸기도 하였다”고 했다. 일본군 학도병으로 중국 방면으로 나가서 조선 독립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탈출을 감행하여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로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생사 고비를 넘기며 찾아갔던 임시정부는 김구 선생이 주석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많은 분파가 서로 섞여들지 못하고 실망을 준다. 김구를 중심으로 한 한국독립당, 김규식과 김원봉을 중심으로 조선민족독립당, 그 밖에 한국무정부주의자연맹, 한국민족해방동맹, 한국청년당 등이 세 불리기 집중하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다 조선 투입을 준비하며 미군과 합동 훈련하던 광복군마저 작전 개시 시점을 놓침으로써 임시정부가 해방정국의 주도권을 잃는 빌미가 된다. 물론 더 큰 이유는 미, 소 양국의 이해관계 때문이긴 할 것이다.
조국에 돌아온 김구가 각 당파의 당수로 있는 이승만, 송진우, 안재홍, 여운형, 허현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독립 이후를 논의하고 더러 이용당하기도 하는 가운데, 김구가 오세창, 권동진 등과 함께 손병희 묘를 찾아가서 오열하는 대목은 뭉클한 데가 있다. 김구는 조국이 갈라서는 것을 막지 못했고, 장준하는 박정희와 대척점에 있다가 의문사했으며, 타살의 흔적만 발견했을 뿐 지금까지 진상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장준하 선생은 스스로 돌베개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편안한 이부자리를 내어드리는 게 살아남은 자의 도리일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