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애벌레를 위하여

톰소여와허크 2015. 10. 17. 17:32

 

가중나무고치 애벌레, 사진 출처: http://lovessym.blog.me/220483709091

 

이상권, 『애벌레를 위하여』, 창비, 2005.

 

 

  산초나무 밑에 떨어진 애벌레를 집에 데려와 키웠다가 근사한 가중나무고치나방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 감동이 이 글을 쓴 계기란다. 애벌레가 고치를 짓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애벌레와 교감하며 그 시작과 끝을 생생이 담으려는 정성이 느껴진다.

  박새나 박쥐의 위협을 피해 짝짓기에 성공한 두 마리의 나방, 그 중 암컷 나방이 산초나무에 내지른 알에서 깨어난 열세 마리 애벌레의 운명이 이 글의 내용이다. 천적으로 둘러싸인 생태계와 태풍 등의 시련을 견디며 다섯 번이나 허물을 벗으며 마침내 고치에 들어 날개옷을 준비하는 과정이 퍽이나 안쓰럽고 기특하다. 애벌레의 똥 냄새를 맡고 날아드는 고치벌이나 맵시벌, 땅에 떨어지는 순간 달려드는 일개미, 그 밖에도 동고비, 쌍살벌, 파리매, 왕침노린재의 공격을 받으며 개체 수가 줄다가, 몇 마리의 애벌레는 마침내 고치 짓는 것을 눈앞에 둔다. 하지만 어떤 친구는 체력 저하로 집을 완성하지 못하여 얼어 죽고, 또 어떤 친구는 고치벌의 침을 통해 들어온 벌의 알을 키워주면서 일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런 짠한 과정을 이겨내고 날개를 갖는 나방이 왜 눈부시지 않겠는가. 더러 눈도 못 뜨기도 하고 꿈이 꺾이기도 하면서 그 모든 미래를 안고 있는 애벌레가 아름답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나뭇잎으로 몸을 만 고치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재미 삼아 작대기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