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것은 왜 도달하지 못하거나 버려지는가
나와 상관없이 잘도 돌아가는 너라는 행성
그 머나먼 불빛
-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지성사, 2011.
* 포는 ‘검은 고양이’, ‘어셔 가의 몰락’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소설가이자 아내 버지니아를 잃고 ‘애너벨 리’를 쓴 시인이기도 하다. 천체에도 조예가 깊어, 밤하늘이 캄캄한 이유를 “아직 별빛이 /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유레카, a prose poem’에서)이라고 했는데, 과학적으로도 맞는 이야기이겠지만 시적으로도 멋진 표현이다.
포가 그랬듯이 말년에 정신착란에 시달렸던 니체도 “나는 너무 일찍 왔다”며, “별빛도 시간이 필요하다”(‘즐거운 학문’에서)는 말을 남겼다. 포든 니체든 또 다른 시인이든 자기가 품은 것을 온전히 다 소용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절한 말은 끝내 “도달하지 못하거나”, 결정적 순간에 버려질 테니까.
간절히 생각하는 만큼 “너라는 행성”과 “나”의 간극은 좁혀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간극은 머나먼 광년의 극히 일부다. 포에게 버지니아, 니체에게 루 살로메도 빛나는 행성일 수도 있겠지만 그 빛은 먼 데 있고 어둠은 가깝다. 나무랄 데 없는 시, 완벽한 소설이란 것도 결국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있다.
“나”와 “너”의 간극, 그 사이를 앓는 마음을 시라고 적어 둔다. 심심한 우주의 어느 토요일 아침에.(이동훈)